[사진] 사진은 서울대저널이 생뚱맞은 시흥캠퍼스 추진을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공중부양도시 샬렘에 비유해 보도한 그래픽 그림이다. 시흥캠퍼스 밀실추진을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 모습과 서울대 교정에 걸려있는 시흥캠퍼스 비난 현수막의 모습이다.
<기자회견문>
■서울대-시흥시-한라건설, 12월 본 계약 체결 예정
시흥캠퍼스 문제로 서울대가 술렁이고 있다. 서울대 대학본부는 지난 2007년부터 시흥캠퍼스를 추진해왔음에도, 본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인 현 시점까지 학생들과 아무 소통 없이 22만평짜리 거대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학우들은 1학년 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대학) 집단강제수용으로 빚어질 학생자치의 붕괴를, 또한 직선거리만 20㎞떨어진 관악-시흥 교통문제로 인한 수업권 침해를 우려했다. 게다가 수천억에 달하는 운영비용과 건립비용을 부동산 개발이익으로 조달하겠다는 황당무계한 계획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본부는 ‘RC계획은 논의된 바가 없다’, ‘기숙사를 짓고 나서 생각할 문제다’라며 동문서답을 해왔다. 지금까지 발견된 본부의 내부 공식문건과 시흥시 보도 자료에는 언제나 RC를 하겠다고 해왔으면서 말이다.
■10.16 긴급행동, 250명이 넘는 학우들이 본부 앞에 모여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총학생회가 아무리 대학본부에 시흥캠퍼스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음에도, 대학본부는 시흥캠퍼스를 강행 추진하면서 RC문제에 대답을 회피해왔다. 학생자치의 미래를 파탄내고, 말도 안 되는 운영계획 때문에 등록금과 학내물가가 폭등하리라는 우려를 전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대학본부의 폭주에 제동을 걸어야 했다.
그래서 지난 2주 동안 시흥캠퍼스 문제를 학우들에게 알려내기 위해 시흥캠퍼스-RC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1,500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10월 16일, 짧은 기간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본부 앞에서 250명이 넘는 학우들이 모였고 RC반대, 학내 구성원간의 전면 재논의, 운영계획 투명 공개를 소리 높여 요구했다. 그렇게 우리는 본부 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본부 앞에 천막을 세웠다.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학본부는 더 이상 부처별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 최종 책임자인 총장이 직접 대화에 나서라. 7년 동안 시흥시와 밀실에서 거대한 규모의 캠퍼스 건설 계획을 추진할 시간은 있으면서, 학생들과 논의할 시간은 없다는 말인가. 1년이 됐든, 2년이 됐든, 아니 10년이 됐든 치밀하게 논의하고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동협의체 TF는 17차나 진행하고 올해는 추진단을 꾸려 논의를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는 한 마디 회의도 제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 대학본부는 시흥시청인가, 서울대학교의 대학본부인가.
서울대학교의 본부라면, 마땅히 시흥시가 캠퍼스 유치를 제의해 왔을 때부터 학내 구성원들과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숙사를 지으려거든 먼저 학생들과 주거대책에 대한 고민을 나눴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학생들은 언제나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존재들이고, 학교가 가라면 가고 말라면 마는 존재들인가.
서울대학교 대학본부와 오연천 총장은 지난 2011년 본부점거 당시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에 부족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중에도 시흥캠퍼스 밀실논의는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총장마저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보여서야, 대체 우리는 서울대학교 당국을 무슨 수로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새로운 신뢰와 대학발전을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 바란다.
■대학본부는 본계약 체결을 무기한 연기하고구성원과 함께 원점에서 재 논의하라
현재 서울대-시흥시-한라건설은 3자 협상을 올해 안으로 끝내고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하려 하고 있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서울대는 시흥캠퍼스를 만들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캠퍼스 분리 문제, 운영비용 문제 등을 둘러싼 시흥캠퍼스 전면 재논의도 어려워진다.
대학본부는 앵무새처럼 말하지 않는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운영비용은 시흥캠퍼스에서 자체 조달할 것이며, 그 첫 시도는 아파트를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것뿐이라고. 20만평이 넘는 거대한 캠퍼스를 조성하면서, 제3의 캠퍼스를 건설하면서 이토록 계획이 빈약하다면 캠퍼스 건설 논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무계획적인 캠퍼스 건설의 고통이 학생들에게 전가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의 목소리도 듣지 않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만약 이 외에 확정된 바가 있다면 학생들에게 분명히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현재와 같은 대학본부의 폭주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총학생회는 본 계약 무기한 연기와 구성원과의 원점 재논의가 관철될 때까지 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갈 것이다.
이번 10.16 긴급행동과 천막 설치로 지금의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총학생회는 더 많은 학우들과 함께 시흥캠퍼스 본 계약 체결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대학본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호소한다.
우리는 대학본부에 요구한다. RC 계획 전면 폐기와 시흥캠퍼스 본 계약 무기한 연기 및 구성원과 원점 재논의를 약속하라. 본 계약 내용도, 일정도 모르는 사람이 나와서 대화하지 말고, 총책임자가 나서서 공식적으로 대화에 응하라. 똑같은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대학의 책무를 우선 기준으로 설정하여 새로운 입장을 정해서 오기 바란다.
우리는 국회에 요구한다. 10월 28일로 예정된 서울대학교 국정감사에서 국립대로서, 대학으로서 서울대학교가 져야 할 책무에 대해 제대로 감사하기 바란다. 대학이 운영계획을 아파트 장사에 의존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대학의 책무는 계획도 없이 캠퍼스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의 발전을 우선순위로 놓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국회는 더불어 구성원과의 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위배한 서울대학교 본부와 총장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학생들에게는 꽁꽁 숨겨진 협상자료와 추진단회의자료, 시흥시와의 기본협약과 부속문서들을 모두 요청하여 공개하라. 그리고 서울대와 시흥시의 밀실추진에 제동을 걸기 바란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호소한다. 캠퍼스 분리와 거대한 토건사업의 책임은 결국 구성원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법인화 과정에서 이미 확인하지 않았던가. 법인화를 추진한 것은 집행부였지만, 결국 법인화에서 나타난 폐해들은 고스란히 학내 구성원들의 몫이었다.
캠퍼스 분리는 학과 공동체의 약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에 의존한 운영계획의 허점은 등록금과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전가될 것이다. 교수, 노동자, 대학원생들은 함께 시흥캠퍼스 본 계약을 저지하고 전면적으로 재 논의해야 한다.
학우들께 호소한다.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천막농성을 중심으로 대학본부의 밀실추진 일방통행을 폭로하고 RC 계획 폐기, 시흥캠퍼스 전면 재논의를 이끌어내는 행동을 이어가자. 총학생회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더라도 우리는 옳은 것은 옳은 것이라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대학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현실, 대학이 자기 책무를 잊어버린 현실을 바꾸는 것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우리 학생들의 역할임을 기억하자.
2013년 10월 17일
농성 2일차를 알리며,
민중해방의 불꽃
제55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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