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사진은 서울대총학생회 김형래(사진 중앙) 학생회장을 비롯한 총학 간부들이 지난 24일 오전 10시 서울대 대학본부 앞에서 서울대시흥국제캠퍼스 폐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제공/ 서울대총학생회>
<기자회견문 전문>
서울대학교 대학본부는 2007년부터 국제캠퍼스 건립을 위해 위원회를 조성하고, 2009년에는 시흥시를 적합지로 선정했다. 2010년에는 시흥시화 캠퍼스 조성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대학본부는 왜 시흥에 캠퍼스를 짓는 것인지, 서울대학교의 발전계획에 비추어 왜 이 시점에 대규모 토건사업이 필요한 것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6년이 지난 2013년, 학내 구성원들은 올해 안에 실시협약이 체결되어 2014년에는 본부의 계획대로 시흥캠퍼스가 착공된다는 사실에 마주하였다.
■학교에서 계획, 추진 중인 RC 계획을 폐기하라!
총학생회는 시흥시에 지어질 4,000명 규모의 기숙사가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 약칭 RC)로 운영되는 것에 반대한다. 그리고 본부는 RC를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학내 구성원들 앞에 상세하게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대학본부는 2007년 장기발전계획에서 RC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래 끊임없이 RC를 통한 전인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을 내뱉어왔다. 2013년 2월 미래교육기획위원회 보고회에서도 역시나 학부 교육에서 RC가 필요하다는 안을 내놓았다. 2013년 6월 12일 열린 기획부학장회의에서는 ‘시흥캠퍼스’안건 하부에 ‘RC 기본계획’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RC가 무엇인가? 특정 학년, 특히 아직 전공과정이 다양하게 분화되기 전이기 때문에 한 범주로 묶기 가장 쉬운 신입생들을 기숙사에 강제로 격리 수용하고 전인교육이라는 이름의 기숙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첫째, RC 계획으로 인해 대학문화와 학생자치, 학과공동체의 기풍이 무너질 것을 우려한다. 신입생 시절 다양한 대학생활의 경험을 쌓지 못한 채 1년을 더 학교본부가 지어준 기숙사 안에 갇혀 정해준 커리큘럼대로 보낸다면 선·후배층의 유대가 약해지고 다양한 대학문화가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학생들의 수동적으로 만드는 학교행정과 보다 빠른 취업준비, 전문대학원 준비가 채워 갈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학생들은 RC 계획이 말하는 전인교육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RC에 대해 회자되고 있는 것이라곤 ‘미국과 영국의 유수 사립대학에서 RC를 실시한다더라’는 피상적이기 짝이 없는 말 뿐이다. 그러고서는 ‘전인교육’은 어디다 붙여도 좋은 말인 것처럼 홍보하며 은근슬쩍 기숙사 격리 수용을 정당화하려 한다.
대학에서의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의 발전은 전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가 학생들의 생활을 전부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과, 비교과 생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때 가능하다. 학생들의 자치활동과 자발적인 학술활동, 학과 활동은 지금껏 서울대학교의 대학생활을 지탱해 오던 밑바탕이었다.
■대규모 멀티캠퍼스 건설, 그 캠퍼스는 무엇을, 누구를 위한 캠퍼스인가
시흥캠퍼스의 면적은 관악캠퍼스의 2/3에 달한다. 시흥캠퍼스를 건설하게 된다면 관악캠퍼스 개발 이래 가장 큰 공사를 하는 셈이다. 과거와는 달리 법인 서울대는 고정된 정부 출연금과 학생 등록금과 일부 수익사업으로 재정을 마련한다. 그렇다면 거대한 규모의 토건사업과 캠퍼스 운영 자금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대학본부는 민간투자사업방식으로 건물들을 지어 서울대학교가 건물 건축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민간투자사업방식이란 특정 업체가 건물을 짓고 수십년간 그 건물의 관리를 담당하면서 임대료 수익 등을 통해 건설비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백 번 양보하여 건물들을 민자로 지어 건설비를 해결한다고 치자. 그러면 시흥캠퍼스에는 서울대 직원이 배치되지 않는가? 강의실과 도서관 운영은 누가 한단 말인가. 대학본부는 멀티캠퍼스 운영에 따라 서울대학교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돌아오는 규모의 재정 부담 규모와 그 재정의 마련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바란다.
아무 대책 없이 캠퍼스부터 지어놓고 ‘운영비가 필요하니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 말고 제대로 된 운영 계획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캠퍼스가 민자에 의해 운영된다는 것은 결국 재정이나 운영에 있어서 교육이 기업에 침윤된다는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서울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이렇게 민간자본만 살맛나게 할 토건사업인가, 등록금 부담의 완화와 교육환경의 개선인가?
외부업체 일색의 캠퍼스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연세대 송도캠퍼스의 물가를 시흥에서 그대로 보여 줄 것이다. 민간자본의 이해관계 따라 운영되는 캠퍼스는 언제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 과연 본부가 말하는 것처럼 시흥캠퍼스 추진이 진정 학생들과 교육을 위한 행위인가, 아니면 이해관계에 얽매인 허울 좋은 행위일 뿐인가.
시흥캠퍼스에 얽힌 이해관계는 그뿐만이 아니다. 시흥시는 캠퍼스 부지를 무상 양도한 대신 학생들이 시흥에 거주하여 기대수익과 소득 창출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기숙사와 병원, 교직원 아파트라는 세 가지 필수 요소를 설정한 것도 학내 구성원의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시흥시와의 협약에 근거한 것이다. 학생, 직원, 교수는 대학의 구성원인가, 아니면 대학본부의 협상카드에 불과한 것인가.
■대학본부는 밀실추진, 학생 기만 중단하라!
대학본부는 이러한 학생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시흥캠퍼스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본부 내에서 RC에 관련한 연구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밖으로는 “RC 계획은 없다”, “기숙사 활용방안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는 이야기만 수 개월째 반복하고 있다.
강의실, 도서관까지 짓는 마당에 RC 이외에 기숙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기숙사는 시흥캠퍼스 계획 초기부터 확정된 바이기 때문에 기숙사 건설 계획 자체를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관악사 규모에 맞먹는 수준인 4,000명 규모의 기숙사를 짓는데 대학본부의 말처럼 ‘활용방안이 없는 것’이라면 서울대 행정이 무계획적 행정, 막가파식 행정의 극치임을 시인하는 꼴이다. 기숙사를 짓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RC가 아니라면 4,000명의 기숙사를 시흥에 제공하고, 모든 사람이 관악캠퍼스와 연건캠퍼스로 통학하게 하려는 계획인가? 학내 노후 셔틀버스 하나도 교체하지 못하고, 관악-연건캠퍼스 셔틀도 2013년 1학기가 되어서야 재정을 부담하기 시작한 대학본부, 사범대 교생실습 셔틀 비용도 부담하지 못하겠다는 대학본부가 매일 4,000명을 통학시킨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노릇이다.
학내 구성원 누가 생각해도 RC 계획 아니면 활용방안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정말로 활용계획이 없는 것이라면 캠퍼스 추진 과정을 즉각 중단하고 구성원들과 부지 활용 방안부터 논의하라.
또한 대학본부는 학생들도 뻔히 아는 사실로 말장난을 하지 않기 바란다. 대학본부는 외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시흥에 들어설 시설은 ‘시흥캠퍼스’가 아니라 ‘교육 의료 산학 클러스터’라고 말한다.
기획부처장은 서울대저널 인터뷰에서 “우리 학교가 생각하는 새 시설에 교육단위가 없기 때문에 캠퍼스란 말을 붙이는 건 아직 어불성설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학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회의록에는 ‘시흥캠퍼스 추진 경과’라는 말을 사용한다.
교육단위가 없어 캠퍼스가 아니라는 기획처와, 시흥에 건설될 시설은 캠퍼스라는 이사회의 말 중 우리는 어느 말을 믿어야 하는가?
대학본부의 말장난은 캠퍼스 이름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획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제나 ‘RC는 계획에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 ‘RC 논의는 교무처 소관’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총학생회는 48차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서 교무처를 상대로 RC와 시흥캠퍼스 관련한 질의 안건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교무처에 대한 질의안건을 논하는 자리에 교무처 관계자는 오지 않고 다시 기획부처장이 나와서 ‘RC 논의는 교무처 소관’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돌아갔다.
기획부학장회의에서 시흥캠퍼스 관련 RC논의가 있었고 지금은 교육부총장 주재로 기숙사 운영 및 교육프로그램 운영 T/F를 운영하고 있다. 누가 봐도 대학본부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학본부는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기만적인 언행을 중단하고 시흥캠퍼스와 관련한 모든 정보와 회의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서울대 학생들은 총학생회 특별기구로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문제투성이인 시흥캠퍼스 문제에 대응할 것을 결정했다. 우리는 대학본부가 학내 구성원들에게 숨기고 진행하는 대규모 토건사업의 정체를 직접 학생들에게 알려낼 것이다. 학생들은 각 단위에서 시흥캠퍼스와 RC에 관한 논의와 판단을 진행하고, 함께 힘을 모아 RC 계획 저지, 시흥캠퍼스 밀실추진 중단을 위한 행동을 진행할 것이다.
총학생회는 대학본부가 시흥캠퍼스에는 RC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밀실추진을 중단하고 구성원들과 전면 재 논의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막무가내로 실시협약에 들어간다면 우리는 학내에서 가장 높은 수위의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학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공사현장으로 달려가 공사를 저지할 것이다. 무계획적, 비민주적 행정의 산물인 토건사업을 빠르게 해치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 논의한 서울대 발전 계획, 그리고 그 계획에 따른 사업 배치임을 분명히 기억하고, 실천하기 바란다.
1. 특정학년/특정학과 RC 구상 즉각 폐기하라!
1. 밀실추진 중단하고 시흥캠퍼스건설 구성원과 전면 재 논의하라!
1. 캠퍼스 운영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2013년 9월 24일
제55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산하 특별기구
시흥캠퍼스 대응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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