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동인 발행인
발행인 時論
“같은 배를 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험난하고도 고달픈 항해를 하는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 공동체가 됐다는 말이다.
시흥시민들은 그동안 서울대 유치라는 부푼 꿈을 안고 같은 배를 탔지만, 알고 보니 그 배는 서울대 기숙사라는 배였다.
그런데 시흥시는 최근 시흥캠퍼스가 캠퍼스라고 부를 수 없는 기숙사 시설이라는 사실이 오연천 서울대 총장의 입을 통해 확인된 뒤에도 그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기숙사 유치를 반대한다면, 다른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대안을 내놓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뽑아준 시장이다. 앞장서서 시흥발전을 견인하라고 뽑아놓은 것도 시장이다. 그런데도 시흥시는 오히려 주민들에게 서울대 기숙사 유치 말고 다른 대안이 있으면, 그 대안을 내놓으라며 거꾸로 주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시흥시는 지금 너무도 위험한 항해를 하고 있다. 수년간 부채에 시달리며 주민들 고통을 야기하더니, 급기야 “군자지구 서울대 기숙사 유치사업이 잘못되면 안 된다.”며 주민들을 겁박하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으니, 서울대 유치사업은 그것이 기숙사가 됐든 아파트분양사업이 됐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수도권정비법상 다른 시설은 유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서울대 기숙사 시설은 유치할 수 있다”는 상호 모순된 태도도 취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실, 서울대 유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공직자 가운데에는 사업의 성공가능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심지어 상당한 책임을 지고 있는 공직자조차 “안 된다고 말하면서 일을 추진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다.
그런데도 시흥시가 그렇게 밀고나가는 이유는 소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앞으로 앞으로만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시흥시정 중심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증인철회가 현실화 될 때까지 24시간 철야근무를 한다는 시장은 시민사회단체 임원들을 시장실로 대거 불러들이며 서울대 유치를 홍보하고 호도하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위험한 항해에 나선 선장을 버리고 서울대 기숙사 유치사업을 포기하면, 배가 침몰할 수도 있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주민들을 협박하는 모습이다.
그러면, 이렇게 위험한 항해에서 벗어날 길을 없는 것인가. 있다. 아주 간단하다. 선주인 주민들이 선장을 바꾸면 된다. 아주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다. 주민의견을 수렴해 군자지구를 개발해 얻을 1조원이 넘는 수익금은 구시가지 재생사업과 슬럼화 되고 있는 정왕권 리모델링사업, 연성권 중심지 개발사업에 투입하면 된다.
지역사회가 대립과 분열 없이 편안하고 평온한 항해를 할 수 있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회만 있으면 온갖 감언이설과 달변으로 주민들을 기만하는 선장을 바꾸기만 해도 해결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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