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부동산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시흥캠퍼스 건립은 재고되어야 한다.
최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추진여부를 놓고 시흥시장과 한라건설(주)의 언론인터뷰, 홍보, 광고 등을 보며 우리는 그 내용의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서울대학교의 이름이 부동산 투기성 개발사업에 이용되는 사태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년 전인 2013년 11월에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대학 본부 앞에서 시흥캠퍼스 건립 추진을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하였을 때, 서울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학 본부에 시흥캠퍼스 추진계획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을 요청하였으며, 대학본부 측의 시흥캠퍼스 건립계획에 대한 설명에 근거하여 2013년 11월22일 계획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시흥캠퍼스 추진이 재검토 되어야 함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전임총장들이 추진한 시흥캠퍼스 건립계획의 요지는 시흥시가 갯벌을 개발하여 조성하려고 추진 중인 배곶신도시에 지역특성화 개발사업자(SPC)가 총면적 27.5만평 중 20만평을 서울대학에 무상양도 하고, 나머지 7.5만평에 아파트 6,500세대를 건설·분양하여 그 개발차익으로 2단계에 걸쳐 기숙사, 교직원 아파트, 강의실, 병원 및 치과병원, 컨벤션 센터, 도서관 등을 건설하여 서울대에 기부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2009년 6월 1일 공동실무추진단 발족을 위한 MOU, 2010년 2월 9일 국제캠퍼스 및 산학 클러스트 조성 MOU, 2011년 12월 23일 기본협약 등이 시흥시와 함께 체결되었고, 2013년 8월 6일 한라건설(주)이 사업자로 선정되어 지난주에 ‘시흥배곶 한라비발디 캠퍼스’의 1차 분양신청이 완료되었다.
우리는 지난해에도 대학 측의 설명에 대해 새로운 캠퍼스의 조성을 위한 서울대학교의 장기발전계획(청사진)은 물론 시흥캠퍼스의 용도와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먼저 부지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캠퍼스의 용도에 대한 계획도 없이 개발차익으로 캠퍼스를 건설하려는 투기성 발상을 어찌 서울대학이 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학본부는 부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힘들다 하였지만 첫 MOU가 체결된 2009년 6월에서 이미 5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새로운 캠퍼스에 대한 공식적인 비젼과 계획이 없다는 사실은 시흥캠퍼스 건립이 대학과 지역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흥시와 사업자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개발사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시흥캠퍼스 추진으로 무분별하게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토건사업에 서울대학교가 이용된다면, 서울대의 위신과 명예는 구성원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것이며, 그로 인한 현실적 피해 역시 오랜 기간 서울대 발전에 장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임 총장들은 시흥캠퍼스 추진과 관련하여 학내의 의견수렴을 위한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며, 계획도 없이 시흥캠퍼스를 추진하면서 학내 주요 당사자들인 교수, 직원. 학생들과 소통은 물론 대학평의원회나 법인이사회에도 충분히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해 대학평의원회는 시흥캠퍼스 건립에 대한 대학본부의 뒤늦은 보고마저 여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본회의에 상정도 하지 않았으며, 이 개발안은 서울대학교 법인이사회에서도 위에서 제기된 문제들로 인해 질타를 받았다. 성낙인 현총장 또한 취임 후 시흥캠퍼스 추진에 우려를 표명하며 국정감사를 비롯하여 기회가 있을 때 마라 여러 차례 재검토의사를 밝혔으며, 시흥캠퍼스 건설을 위한 실시협약을 미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내외의 시흥캠퍼스 추진세력들은 언론과 정치인들을 통하여 부당하게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사업자인 한라건설(주)은 시흥캠퍼스 건설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과 방송을 통해 광고를 하는 것은 물론, 서울대에서 내부적인 합의나 결정이 이루어지지도 않은 서울대와 연계한 공교육 혁신 초·중·고등학교의 설립, 아파트 단지 내 스터디센터 등 교육시설에 서울대 재학생들을 연계시키는 일 등을 당연시 하는 홍보를 하고 있다.
이는 곧 서울대학교를 이용하여 아파트 투기를 부추기는 일과 다름이 없다. 시흥배 곶의 비발디아파트 1차 분양에서 수도권 지역 출신자들의 접수가 많으며, 교육여건을 보고 청약한 수요자들이 많았다는 언론보도(서울경제, 2014. 11.11.)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 하고 있다.
지난해에 대학본부는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는 “거주형 대학(Residential College)”을 시흥캠퍼스에 조성할 계획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시흥시와 한라건설(주)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부동산투기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흥캠퍼스 는 서울대학교 내부의 확실한 계획도 없이 시흥시와 건설회사에 의해 무계획적으로 진행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대학 본부가 이러한 문제 덩어리 개발사업에 서울대학교의 참여를 법적으로 구속할 실시협약의 진행을 중단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시흥시장과 일부 정치인들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시흥캠퍼스 건립계획을 받아들이라고 서울대를 압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학본부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서울대학교의 미래비전과 장기계획에 걸맞는 캠퍼스 추진계획을 수립한 다음, 학생, 교직원, 교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시흥캠퍼스의 추진여부를 결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2014. 11. 19.
서울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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