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림은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하고 고인들의 넋을 추모하는 모습이다.
살아있는 시흥의 의인 김성묵씨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세상이 낯설어보였다. 사고이후 3일 동안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루 2시간 이상 자지 못했다. 관리되지 않는 사고현장의 조잡한 모습이 싫었다. 환자가 구분되지 않고 버스도 뒤차가 온다는 이유로 나와 어르신 2면 등 3명만 싣고 한국병원으로 이동했다. 팽목항 사람들이 궁금해 젖은 옷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엠블런스를 타고 다시 왔는데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긴장이 풀리면서 그제야 온몸이 쓰시고 열이 나면서 통증이 찾아왔다. 안타까워하는 가족들을 보고 있으려니 미안하고 나 혼자 살아나온 느낌 때문에 참기 어려워 16일 잠을 못잔 채 17일 안산으로 옮겨달라고 엠블런스를 요청, 병원으로 이동했다.”
본보는 지난 4월 24일 밤 고대 안산병원 1층 휴게실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 있었던 김성묵씨(37)를 만났다. 그는 사고의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안정을 찾으며 언론 인터뷰에 응해줬다. 생명이 위협받는 다급한 상황에서 그는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구조했지만, 한명이라도 더 구하지 못한 자책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마주앉은 기자에게 숨결이 다다를 만큼 긴 한숨을 쉬었던 그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배가 급회전 한 뒤 위로 오르며 기울어
사고가 나던 날 아침밥을 먹고 4층 우현 난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배가 크게 우회전 한 듯한 그런 느낌이 들더니 배가 올라가는 듯 들렸다” 그리고 순간 배가 순식간에 기울어졌다
방송에서는 제자리를 지키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울어진 객실로 뛰어내리듯 내려가 슬리퍼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은 뒤 핸드폰을 챙겼다. 핸드폰으로 배 기울기를 측정해보니 이미 45도가 넘어가고 있었다.
가벼운 몸으로 다시 뛰어 올라 출입문 입구 난간을 잡고 선실을 빠져나왔다. 밖에서는 누워있는 게 더 편할 정도로 배가 기울어 있었다. 그리고 파도가 크게 쳤나보다 싶더니 자판기가 넘어가고 불과 몇 초가 지나간 순간 쿵하는 소리가 들여왔다.
침실에 같이 머물던 크레인 조립기사들이 “우리 크레인 넘어가는 소리다. 저거 넘어가면 못 세우는데”라는 소리를 했다.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도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 선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는 사이 선원들이 계단을 통해 올라오더라. 왜 저렇게 뛰어가나 싶어 바다를 보니 컨테이너와 쓰레기들이 떠다녀 배에 큰 구멍이라도 났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방호수 아래로 던져 아이들 구조했다
헬기가 구조하려 왔는데 쳐다보니 사람은 안 나오고 카메라만 나와 20-30초 동안 사진을 찍었다. “왜 왔지” 하는 생각이 드는 사이 구조원이 헬기에서 내려와 사람들을 헬기로 태웠다.
헬기 구조원이 손가락 다섯을 가르쳐 아이들 5명을 헬기로 올려 보냈다. 구조원이 다시 손가락으로 여섯을 가르쳐 다시 아이들 여섯 명을 트럭기사의 도움으로 헬기로 올려 보냈다.
구조대원은 승객들을 엎고 이동하고 구조하는 바람에 힘이 부쳐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이들을 구조하려 고무호수를 선실로 내려 보냈지만, 고무줄처럼 늘어나 주변에 있는 소방호수를 다시 가져다 선실로 내려 아이들이 올라왔다. 소방호수 한 가닥으로 올라오는 걸 힘겨워해 다시 한 가닥 더 내려뜨려 아이들이 소방호수를 겨드랑이에 끼고 올라오게 했다.
어느 순간 구명조끼가 릴레이로 전달돼 조끼를 입었다. 그 이후 머리위에 날아온 헬기소리 때문에 방송은 더 못 듣고 “방에 아이들 더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더 구하러 내려갈 수 없었다.” 그때는 배가 이미 70-80도 정도 기운 상태였다.
홀에 있는 아이들 소방호수 한쪽을 배 난간에 묶고 아래로 던져 넘어오라고 해 2명이 또 건너왔다. 소방호수 하나 더 던져 1명이 몸에 끼고 더 건너왔다. 그러나 배가 90도로 넘어가면서 더 건너오지 못했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물이 너무 빨리 들어와 아이들이 물 따라 올라왔고 이때다 싶어 아이들 몇 명을 더 건졌다. 이때 누군가가 머리위로 6살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고 그 아이를 받아 머리위로 올린 뒤 소리 질러 남자 분에게 아기를 넘겨줬다. 그러고 돌아보니 선실 입구가 막혀있었다.
■사실이 아닌 언론보도 정말 힘들다
하는 일은 간판 설치하는 감독으로 디자인 기획회사에서 오더 내려 하청 하면, 이것을 받아 제주 현지 인부들을 시켜 설치하는 작업을 한다. 일이 바빠 제주에 간다는 소식을 부모님에게 알리지 못한 채 밴드에 승선권 사진을 찍어 올려 지인들이 사고방송을 듣고 소식이 전해졌다.
물이 차면서 30-40명 이상이 선실 밖으로 나왔는데 그 다음순간 물에 휩쓸려 그들이 모두 보이지 않았다. 유리창 깨달라고 소리쳤는데, 유리창을 깨지 못했다. 다급했다. 그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발이라도 잡히면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는데 한 명이라도 더 잡았어야 했는데...
실제로 어른들이 아이들을 많이 구조했다. 생명을 던지면서 구조했다. 누구나 다 그렇게 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배에 나 혼자 남아있었다. 어선이 다가와 로프를 던졌고 배를 타고 구조됐다.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겨운 것은 아니지만, 사고이후 스스로 정상이 아니라는 차이를 느낀다. 찾아주셔서 격려하시는 분들이 “(살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 때 위로가 된다.
시흥에 살지만 부천에서 초·중·고교를 학교를 다녔다. 제주 갔다가 다음날 다시 돌아 나올 생각이었다. 사고이후 오줌소태가 걸려 화장실에 자주 가야한다. 인터뷰는 하지만, 사진은 찍고 싶지 않다. 오늘 인터뷰 내용을 일부만 잘라 다른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론에 사실이 아닌 게 나오면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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